산불은 늘 뉴스 속 어딘가의 일처럼 보이지만, 이번에는 지명이 또렷하다.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이라는 정확한 좌표가 찍혔다.
지도 위 점 하나가 아니라, 실제로 연기 냄새가 닿는 거리다.

불은 늘 작게 시작하지만, 결말은 대개 과장 없이 크다.

바람이 붙으면 상황은 순식간에 인간의 통제 밖으로 밀려난다.

이번에도 강풍이 문제다.

불씨보다 빠른 건 종종 바람과 소문이다.

소방청은 국가동원령을 발령했다.

말 그대로 전국 단위 호출 버튼을 누른 셈이다.

다섯 개 시도의 인력과 장비가 한 방향으로 모인다.

도로 위에 줄지은 소방차는 재난이 얼마나 물리적인지 보여준다.

재난은 늘 철학이 아니라 장비와 체력의 영역이다.

헬기 한 대, 호스 한 줄, 삽 하나가 실제 결말을 바꾼다.

화면으로 보면 한 장면이지만, 현장은 체력전이다.

불과 싸우는 사람들은 늘 조용하고, 불은 늘 시끄럽다.

이번 산불이 더 신경 쓰이는 이유는 위치 때문이다.

경주는 돌과 시간이 쌓인 도시다.

그 안에는 골굴암과 불국사 같은 이름들이 있다.

관광지가 아니라 시간의 저장소에 가깝다.

문화유산은 한 번 타면 복구가 아니라 재현이 된다.

재현은 언제나 원본보다 가볍다.

그래서 다들 긴장한다.

불길이 몇 미터 남았는지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현장에서의 몇 분은 도시의 몇 세기를 좌우한다.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늘 겸손해진다고들 말한다.

현실은 조금 다르다.

대부분은 겸손보다 뒤늦은 반성을 한다.

예방은 늘 지루하고, 수습은 늘 극적이다.

그래서 예방은 과소평가되고 수습은 생중계된다.

이번에도 진화가 끝나면 원인 분석이 따라올 것이다.

관리 문제인지, 실수인지, 우연인지 따질 것이다.

하지만 불은 원인보다 결과가 빠르다.

그래서 대비는 선택이 아니라 습관이어야 한다.

건조한 날씨에 한 번 더 확인하는 행동 같은 것들이다.

별것 아닌 확인이 별일을 막는다.

재난 뉴스는 클릭하고 넘길 수 있지만, 현장은 넘길 수 없다.

누군가는 지금도 연기 속에서 호스를 잡고 있다.

우리는 최소한 가볍게 소비하지는 말자.

진지함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생각보다 많은 걸 지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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