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은 설렘으로 시작하지만 때로는 매뉴얼로 끝난다.
일본 삿포로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은, 관광 엽서 같은 도시 이미지에 금이 가는 장면이었다.
사건 자체도 무겁지만, 그 다음 장면이 더 씁쓸했다.
피해자는 통역 지원을 요청했지만 영사관에서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현지 교수의 자발적인 도움으로 의사소통을 이어갔다고 한다.
시스템보다 사람이 먼저 움직였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간적인 대목이었다.
해외에서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대사관과 영사관이다.
여권보다 든든한 안전망이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종종 안내문 톤으로만 친절하다.
절차는 정확하고, 공지는 신속하고, 체계는 정돈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혼자라는 느낌을 받는다.
매뉴얼은 완벽한데 체온이 없다.
이번 사건에서 외교부의 공지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읽힐 수 있는 표현이 포함되며 2차 가해 논란까지 붙었다.
사실관계 전달은 중요하지만, 문장의 결이 사람을 찌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자주 잊힌다.
공문은 칼날처럼 곧고, 사람은 종이처럼 쉽게 베인다.
해외 사건 대응은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위기 속 동행에 가깝다.
통역 한 줄, 안내 한 문장, 동행 한 번이 체감 온도를 바꾼다.
현장에선 작은 지원이 구조 신호처럼 느껴진다.
피해자에게는 전화 한 통이 구조 헬기 소리만큼 크게 들린다.
외교는 거대한 담론이지만, 체감은 아주 개인적인 영역이다.
그래서 더 섬세해야 한다.
국가 시스템은 결국 개인의 최악의 하루를 상대하게 된다.
그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곧 신뢰의 총합이 된다.
차갑게 정확한 대응과 따뜻하게 정확한 대응은 결과가 다르다.
전자는 처리이고, 후자는 지원이다.
해외여행이 늘어난 시대일수록 이런 사건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사건보다 대응이 더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된다.
완벽한 보호는 어렵더라도, 외면받는 느낌만은 줄일 수 있다.
사람은 도움의 크기보다 방향을 먼저 본다.
내 쪽을 향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이번 논란이 감정 소모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조금 더 촘촘한 지원 체계와 조금 덜 딱딱한 문장이 남기를 바란다.
위기 대응은 결국 사람을 향한 기술이다.
기술은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신뢰도 마찬가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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