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한국영화의 시간 위에 남겨진 거대한 흔적을 떠올리며


국민 배우 안성기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5일, 향년 74세.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환자실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을 들으면, 유난히 조용해진다.

마치 한국 영화사 한 장이 천천히 책갈피를 넘기는 느낌 같다.

오래도록 함께해 온 사람이 떠날 때, 사람들은 말보다 기억을 먼저 떠올린다.

그 기억 속에서 그는 언제나 흔들림 없는 배우였다. 🙂

안성기는 60여 년 동안 무려 18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어린 시절 아역으로 시작해, 청년기를 지나, 원로 배우로 자리 잡기까지.

그는 영화 속에서 나이를 먹었고,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함께 시간을 건너왔다.

화려한 캐릭터보다, 묵직한 존재감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채워 왔다.

그래서 그의 연기는 ‘배우가 연기한다’는 느낌보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그게 바로 배우 안성기만의 힘이었다.

수상 경력은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된다.

트로피보다 더 큰 상은 이미 관객의 마음에 남았으니까.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한국 영화의 성장 과정과 함께 붙어 있다.

시대가 변해도, 장르가 달라져도,

스크린 속에서 안성기는 언제나 한 발 떨어져 중심을 지키고 있었다.

그게 참 대단한 일이라는 걸, 우리는 지금에서야 더 크게 실감한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한국 영화계가 하나의 시대를 떠나보내는 의식 같은 시간이다.

유작은 ‘카시오페아’, ‘한산’ 등 네 편.

모두 투병 중에 촬영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배우였다.

연기를 멈추지 않았고, 스크린 위에서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마치 “배우는 마지막까지 배우다”라는 말을 몸으로 증명하듯이.

그의 필모그래피를 쭉 떠올리다 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따뜻해진다.

슬픔만 남는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 미소도 함께 남는다. 🙂

그게 아마 ‘좋은 배우’가 남기는 감정일 것이다.

우리 인생에도 그런 사람이 한 명쯤 있지 않은가.

말없이 곁을 지켜주고, 과하지 않지만 깊게 남아 있는 존재.

안성기는 많은 사람에게 그런 사람이었다.

별이 하나 하늘로 올라갔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조금 다르다.

그는 이미 수많은 장면 속에서 남아 있다.

스크린 위의 표정, 대사, 침묵, 그리고 눈빛까지.

언젠가 다시 영화를 재생하면, 그는 또다시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한 번 말할 것이다.

“역시, 참 좋은 배우였다.”

고인을 향한 마음이 조용히 이어지길 바란다.

그가 남긴 시간과 작품은 앞으로도 오래, 그리고 깊게 살아남을 것이다.

그의 영화처럼, 그의 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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