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과 화는 언제나 교차하는 법


근심하고 걱정할 때에 복(福)과 경사의 토대가 이루어지고, 잔치하고 편안히 지날 때에 재앙의 독이 싹튼다.
김시습(金時習) <매월당집(梅月堂集)> 



근심 속에 숨은 기회와 복의 씨앗

김시습의 말은 오래된 고전에서 나온 문장이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뼈를 때리는 진실로 다가온다
사람은 근심과 걱정이 몰려올 때 땅이 흔들리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지만 사실 그 순간이야말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계단이 놓여 있는 때다
걱정의 무게만큼 인간은 깊이 고민하고, 그 고민 끝에 더 단단한 길을 찾게 된다
그런데 이런 순간에는 사람들은 잘 못 본다
복이 쌓이는 게 아니라 재앙이 다가왔다고만 착각한다
김시습은 바로 그 지점을 짚어낸 거다

우리네 현실을 보자
불경기다 뭐다 해도, 위기 속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근심과 고난을 통과하지 않은 성취란 결국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진다
그러니 어찌 보면 불편하고 힘든 시절이 바로 복의 토양이 되는 셈이다



잔치와 편안함 속에 숨어 있는 독의 그림자
잔치, 편안함, 그리고 여유, 얼핏 보면 누구나 원하는 최고의 삶이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 재앙의 씨앗을 키우는 때라고 김시습은 일찍이 경고했다
왜냐, 인간은 편안해지면 자만해지고, 방심한다
조심해야 할 때 조심하지 않고, 지켜야 할 걸 안 지킨다
그래서 재앙은 잔칫상 아래에서 은밀히 자라난다

오늘날로 치면 경제 호황일 때 방심하다가 빚더미에 올라앉는 기업들, 잠깐의 인기와 성공에 취해 무너지는 연예인들, 다 같은 원리다
편안할 때야말로 경계심을 세워야 하고, 잔치 때야말로 가장 겸손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종종 성공을 유지하는 게 성공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결국 편안함에 빠져 자기 무덤을 파는 경우가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고전의 울림, 지금 우리의 삶에 던지는 풍자

김시습의 이 문장은 그냥 옛날 학자의 고리타분한 경구가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대입된다
근심 많고 불안정한 시대, 모두가 힘들다고 말하는 이때가 사실은 다음 도약의 토대일 수 있다
반대로, 잠깐 호황을 맞아 흥청망청하면 그게 곧 재앙의 시작이다
재미있는 건, 이 원리를 모르는 척하는 정치인들과 권력자들이다
국민의 근심을 이용해 자기 복을 쌓고, 자기들의 잔치를 위해 국민을 불러 모으니 말이다
김시습의 말은 그래서 단순한 개인의 처세술을 넘어 사회 전체를 향한 풍자처럼 들린다

결국 삶은 늘 복과 화가 공존한다
근심이 복의 토대가 되기도 하고, 잔치가 화의 뿌리가 되기도 한다
이 단순하면서도 불편한 진리를 잊는 순간, 우리는 같은 함정을 반복해서 밟는다



세줄요약

근심은 복을 낳는 토대가 되고 잔치는 재앙을 키운다

편안할 때 더 경계해야 한다는 고전의 지혜는 지금도 유효하다

삶은 복과 화가 맞물려 돌아가는 아이러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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