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냄새에 취하는 해변 걷기와 예쁜 조형물의 유혹
속초에 도착하면 발이 먼저 가는 곳이 바로 이 해변이에요. 1970년대 후반부터 사람들을 반겨온 곳이라,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인기 만점이에요.
물빛은 유리잔에 담긴 시원한 차처럼 맑고, 경사는 완만해서 걷기도 좋아요. 뒷편에는 해송숲이 쭉 이어져 있어 뜨거운 햇볕도 잠시 피할 수 있고요.
걷다 보면 커다란 액자 모양의 포토존, 하늘로 뻗은 계단, 귀여운 돌고래 조각까지… 마치 산책로가 전시관처럼 꾸며져 있어요. 사진 욕심 많은 분들이라면 스마트폰 배터리 금방 다 쓸 각오해야 해요.
초여름에는 금계국이 한가득 피어서 노란색 물결이 파도와 함께 출렁이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그 사이를 걸으며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뭐랄까… 마음속 먼지를 살살 털어내 주는 느낌이랄까요.
여유롭게 걸으면서 바다와 숲, 그리고 바람까지 한 번에 느끼는 순간이 참 값집니다. 이래서 여기 오는 사람들 마음을 단번에 훔쳐가는 거죠.
한 걸음마다 다른 매력을 만나는 외옹치 해안길
해변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나오는 길이 있어요. 총 1.7km 정도 되는데, 바닷바람 맞으며 걷기에 딱 좋은 코스예요. 대부분 평탄해서 운동화를 안 신어도 무리 없을 정도랍니다.
이 길은 예전엔 군사 구역이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는데, 덕분에 자연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어요. 걷다 보면 대나무로 둘러싸인 명상길, 바다 위로 놓인 하늘 데크길, 옛 철책 흔적이 남아 있는 안보길, 그리고 기묘한 모양의 바위들이 줄지어 서 있는 암석 관찰길까지… 지루할 틈이 없어요.
굴처럼 뚫린 바위, 지네처럼 구불거리는 바위는 아이들이 보면 꼭 캐릭터 같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사진 찍으면서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왕복 40분이면 충분하지만, 풍경이 계속 바뀌어서 발걸음이 느려져요. 동해의 끝없는 수평선이 눈앞에 펼쳐지면, 그 순간만큼은 아무 걱정도 잊게 됩니다.
꽃길과 관람차가 더하는 완벽한 하루
이 산책로 근처에서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꽃길이에요. 금계국이 활짝 피는 시기에는 바다와 노란 꽃의 조합이 정말 환상적이거든요. 마치 누가 색연필로 풍경을 칠해놓은 듯 선명합니다.
그리고 시선을 확 잡아끄는 게 하나 더 있죠. 바로 해변 위에 있는 대형 관람차예요. 높이가 아파트 22층 정도라 올라가면 설악산과 속초 시가지,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저는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이 풍경을 어떻게 설명하지?’라는 생각만 하다가 내려왔어요. 사진보다 눈으로 담는 게 더 좋은 순간이 있잖아요.
여름철엔 여기서 버스킹 공연이나 축제가 자주 열려서 산책만 하러 왔다가 하루 종일 머무르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바다를 배경으로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섞이면, 진짜 여행 온 보람이 듬뿍 느껴집니다.
요약
속초 바닷가 산책로는 해송숲, 조형물, 꽃길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힐링 코스예요.
외옹치 길은 짧지만 풍경이 다채롭고 역사적 흔적까지 만날 수 있어요.
주변 꽃길과 관람차는 산책에 낭만을 더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