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속의 근심, 근심 속의 기쁨 – 채근담에서 배우는 인생의 균형

 



“아들이 태어날 때 어머니가 위태롭고, 전대에 돈이 쌓이면 도둑이 엿보나니, 어느 기쁨이 근심이 아닌 것이 있으랴. 가난을 다스려 절용할 것이요, 병을 다스려 몸을 보전할 것이니, 어느 근심이 기쁨 아닌 것이 있으랴. 그러므로 달인은 마땅히 순과 역을 같이 보며, 기쁨과 슬픔을 둘 다 잊는다.”


– 홍자성 『채근담』




이 구절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기쁨과 근심, 순경(順境)과 역경(逆境) 모두를 통합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동양의 지혜를 깊이 있게 전해줍니다. 인생의 모든 일은 두 얼굴을 지니고 있고, 그 이면을 함께 볼 수 있는 사람만이 삶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음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태어나는 기쁨은 큰 축복이지만, 어머니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순간을 감내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재물을 모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재물이 외부의 위협을 불러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기쁨 속에는 언제나 근심이 숨어 있고, 겉으로 보기에 좋은 일이 반드시 평온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근심 속에도 기쁨의 씨앗이 숨어 있습니다. 가난은 절약과 검소함을 배우게 하고, 병은 자신의 몸을 돌아보게 하며 삶의 본질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흔히 역경은 피하고, 기쁨만 추구하려 하지만, 참된 삶의 지혜는 오히려 고난 속에서 기쁨을 찾고, 기쁨 속에서 경계를 잃지 않는 데 있습니다.


홍자성은 여기서 "달인(達人)"의 태도를 제시합니다. 달인은 순경과 역경, 기쁨과 슬픔을 동일하게 바라보고, 그 둘 모두를 초월하는 사람입니다. 달인은 기쁜 일이 와도 들뜨지 않고, 슬픈 일이 닥쳐도 주저앉지 않습니다. 그는 삶의 흐름을 받아들이며,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지킵니다.



이 구절은 우리 현대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성공에 집착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며, 늘 기쁨만 좇는 삶을 당연시합니다. 그러나 실상, 성공과 기쁨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 않으며, 실패와 고통이 꼭 불행만을 뜻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 모든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배움을 얻는 삶이 더 온전하고 깊이 있습니다.


인생의 진정한 지혜는 기쁨을 기뻐하되 집착하지 않고, 슬픔을 슬퍼하되 낙담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 순조로움과 고난은 결국 같은 강물 위의 물결일 뿐. 달인의 삶은 그 강물 위를 조용히, 깊이 흐르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내 앞에 펼쳐진 일이 기쁨이든 근심이든, 그 안에 감춰진 또 다른 의미를 찾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삶의 깊은 맛을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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